Don Sunpil

幽☆遊☆白書

돈선필
2020-12-01

숱한 만화가들 중 천재형 만화가를 논하자면, 언제나 ‘토가시 요시히로’를 꼽는다. 많은 작품을 창작하지 않았지만, 만화라는 장르 안과 밖을 관찰하며 지속적인 실험을 이어가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전형성에서 탈피하는 인물, 그림을 배제한 텍스트의 과감한 배치, 인물의 표정을 확대 복사해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심리 묘사, 상황에 따라 급변하는 광범위한 필체 등 만화의 보편적 어법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집요함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 그 때문에 그의 만화는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익숙한 장면에서도 새로운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만화의 클리셰를 거부하는 이 천재 작가가 오늘날의 클리셰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면서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그의 대표작 유유백서의 ‘히에이’가 암흑 무술대회에서 선보인 ‘사왕염살흑룡파’의 설정은 오늘날 ‘중2병’ 캐릭터의 전형이 되었다. 뻔한 만화 속 여주인공의 표본 같은 히로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작가에게서, “오른팔의 흑염룡” 정도로 간소화된 허세 가득한 중2병의 표상이 탄생한 것이다. 당시엔 참신했던 이야기와 독특했던 캐릭터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반복되고 재가공되며 마모되는 것은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시대의 흐름이 쿨한 암살자 히에이를 중2병의 원형으로 만든 것처럼, 연재 종료 후 25년의 세월이 지난 이 시점에 다시 보는 유유백서는 낡아버린 전형적인 소년 만화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현재 작가의 행보다. 토가시 요시히로는 유유백서가 남긴 수많은 명장면과 전형성을 후속작 레벨E헌터×헌터에서 계승함과 동시에 교묘하게 파괴하며 나아간다. 토가시의 만화는 과거에서 출발해 당대의 어법을 현재형으로 리모델링하는 반복적인 제련의 과정이다.

과거의 유산을 거울 삼아 복제와 재생산을 반복하는 레트로의 21세기, 토가시 요시히로의 만화 직조법은 새로움을 위해 과거로 돌아가는 레트로- 리메이크의 흐름과 교집합을 이룬다. 클리셰의 반복과 타파라는 순환의 고리에서 유유백서는 그 중심을 천천히 선회하며, 같으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지금의 독자에게도 안내하는 중이다.


ARENA 2020년 12월호 지금 다시 고전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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