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X gHOST

서울 외곽 주택가 지역에서 거주하면서 단 한 번도 택배용 종이상자를 합법적 절차 (예: 종량제 봉투 사용, 폐기물 업체 이용)에 따라 폐기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언제나 골목 어느 지점에 두면 어느 순간 감쪽같이 사라진다. 종이상자의 폐기와 실용적인 재활용 대상으로서의 수거 과정은 언제나 암묵적인 규칙으로 짜인 상황극처럼 진행되곤 한다.

골목길에 놓여진 종이상자는 어느 순간 사라진다. 상자를 버리는 행위는 마치 골목이 무대인 연극처럼, 아니면 혼령을 부르는 주술사처럼 상자를 거둬 가는 대상을 소환한다. 버려진 상자가 사라지는 과정은 언어가 필요없는 대화 같다.

이 책은 종이상자를 수거해 가는 유령을 소환할 수 있는 매뉴얼이다.

1. 개요: 사라지는 종이상자
2. 상자 유령(box ghost)에 대한 정의, 전설
3. 소환술을 위한 준비물
4. 소환술 종류
5. 상자유령 소환술 순서
6. 주의사항

독자는 이 책을 가볍게 소지할 수 있다. 또한, 책을 참고해 언제 어디서나 순발력 있게 소환술을 진행할 수 있다.
*20페이지, 동일한 내용의 2부 세트(1+1)